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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삿포로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가운데 강설량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눈 축제의 주 무대이던 이곳이 올해는 텅 비었습니다.

1950년, 첫 번째 눈 축제가 시작된 이래 행사가 취소된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71년 만의 중단입니다.

[아키모토 가쓰히로/삿포로 시장 : "현재 감염 상황을 보면 전시장을 만들어 진행하는, 예전과 같은 계획은 어렵습니다."]

삿포로 눈 축제를 찾았던 방문객은 약 250만 명.

이들이 가져온 경제 유발 효과는 1천31억 엔으로, 우리 돈 1조 원이 넘습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겨울 '한 철 장사'가 취소되면서 지역 상권도 휘청이고 있습니다.

35년 수산물을 판매해 온 마츠하라 씨.

버리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에 상품들을 싼값에 내놨습니다.

[마츠하라/수산물 판매업자 : "조금이라도 싸면 팔리지 않을까 해서요. (손님이 얼마나 줄었어요?) 90% 정도는 줄었죠. 큰일입니다."]

홋카이도 전역에서 축제에 쓸 눈을 퍼 날랐던 이 운송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는 대형 트럭 20여 대를 그냥 놀리고 있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 100대 가까이 움직였어요. 예년이라면 1월 29일까지 대부분 눈을 실어나르고 (조각상을) 만들게 되죠."]

[니시가와 아키토시/운송회사 대표 : "예상과 달리 축제가 취소되면서 눈 운반 작업을 못 하니까 빨리 다른 일을 찾아야죠. (운전사들에게) 월급을 못 주면 큰일이니까요."]

삿포로시는 축제를 취소한 대신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높이 3m짜리 조각상 3개를 만들고, 그 제작 과정을 인터넷으로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걱정입니다.

[곤도 타쿠미/삿포로 관광협회 : "(조각상을) '보러 와 주세요'라고 말씀 못 드립니다. 사람들이 몰리면 코로나19로 또 힘들어질 거기 때문에 삿포로시에서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이렇게 홋카이도 내 겨울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지만, 일부 지자체는 소규모 축제를 강행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호숫물을 끌어다 대형 얼음 조각을 만들고, 해가 지면 조명으로 푸른 빛을 더하는 이 축제.

코로나로 죽나, 경제로 죽나, 매한가지라는 절박함에 결국 강행이 결정됐습니다.

대신 아이스링크 설치와 야간 불꽃놀이 등은 중단하는 등 나름의 방역 대책을 세웠습니다.

[고바야시 노리유키/축제 관리부장 : "정말 고민에 고민을 계속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이 정도면 (행사를) 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생겼어요."]

삿포로 서쪽, 인구 17만의 작은 도시 오타루.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한때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던 곳입니다.

지난 1월 발생한 확진자는 395명.

지난해 1년 치 누적 확진자 수를 불과 한 달 만에 넘어섰습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곳, 오타루에도 외출 자제 요청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거리는 텅 비었고, 가게는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점주들은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는 이른바 '자학 포스터'를 제작했고, 이를 꾸준히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정말 목숨 걸고 찍네!) 불평하지 마. 상인회를 위한 일이니까."]

"길가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부탁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정말 힘들다. 그래도 마을의 미래는 우리가 지켜내겠다"

지금까지 만든 포스터는 모두 10장.

비통한 현실을 밝은 표정과 유쾌한 설정으로 풍자한 내용들입니다.

손님에 굶주린 상인들이 좀비로 변신한 모습은 특히 압권입니다.

[사카구치 아토/사업 추진 매니저 : "어두운 세상에서 저희의 웃는 모습으로 많은 분을 밝게 만들고 싶다, 또 '저희 상점가를 잊지 말아달라'는 심정으로 포스터를 만들어 왔습니다."]

11번째 포스터 촬영이 있는 날, 오늘의 주인공은 유리 제품을 판매하는 카즈에 씨입니다.

["추억을 떠올리는 듯한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힘든 한국의 소상공인들을 위해 이번엔 영화 '러브레터'를 패러디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자는 오타루의 '응원 편지'입니다.

홋카이도에서 황현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