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이어 형도…한국타이어도 ‘형제의 난’_결혼하면 며칠 남았어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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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에 이어 장남까지 합세했습니다. 한국타이어를 자회사로 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는 모양샙니다.

■조현범 사장에 '지분 몰아주기'...형제 갈등 수면 위로

지난 6월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을 모두 양도하며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했습니다. 그러자 한 달 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조 이사장은 "회장님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으로 판단이 필요"하다며 법원에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성년 후견제도는 질병이나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주는 제도인데요. 조 회장 측은 다음날 바로 입장문을 내고 딸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자신은 나이에 비해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의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 역시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아버지의 입장이 나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장남까지 '경영권 분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어제(25일) 입장문을 내고 누나와 함께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겁니다. (참고로, 조 부회장의 입장을 전한 법무법인 원의 변호사는 이른바 '남매의 난'을 치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대리했습니다.)

조 부회장 역시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결정들이 회장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강한 의구심이 있다"며 누나 조 이사장과 뜻을 같이했습니다.

■'형제의 난' 본격화...갈등의 시작은 형의 '주주 서신'

이른바 2대 1 구도의 '형제의 난'이 본격화한 분위기.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현범 사장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시점입니다. 형인 조 부회장은 주주들에게 한 통의 서신을 보냈는데요. 그룹 사상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실적 부진과 오너 일가의 기소 이슈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한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도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동생은 주력 사업인 타이어를, 형은 지주사를 맡아 이른바 '형제경영'을 해왔는데, 동생이 구속된 사이 형이 리더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겁니다.

조 사장으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 이후 조 사장은 1심에서 혐의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에서 아버지 조 회장의 주식을 전부 양도받아 지분 42.9%로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조양래 회장의 2남 2녀 중 장남과 장녀가 막냇동생의 최대주주 등극에 반기를 들며 관심은 지분을 10%가량 보유한 차녀 조희원 씨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그룹 안에서 특별한 보직을 맡지 않고 미국에 거주 중인 희원 씨는 지금까진 중립적인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의사를 밝힌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3형제의 지분을 모두 합한다 해도 30.97%에 불과해 조현범 사장 지분보다는 10% 이상 적습니다. 주식을 추가 매입하거나, 지분을 7%가량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다른 기관투자자의 지지를 끌어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간단치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남매가 아버지의 의사 결정 과정이 자발적이었는지 법의 판단을 받는 대안을 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더해 조 부회장은 성년후견 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 사장에게 현금 증여가 이뤄지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분을 '주식 매수' 형태로 넘겨받은 조 사장이 매수 대금 2천4백억 원 중 2천2백억 원을 주식담보대출로 마련해, 이 역시 아버지에게 받아 상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수출 직격타에 경영권 분쟁까지 시작...'내우외환'


조현범 사장 측은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타이어 경영 사정도 좋지 않습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7.2% 줄었고, 영업이익도 28.5%나 빠졌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자동차 판매가 30% 가까이 줄면서 타이어 수요도 뚝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은 데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고급차 라인에 잇따라 수입 브랜드를 도입하면서 안방 사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처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형제간 경영권 갈등까지 본격화하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